[Verleugnung]의 글188 운동선수와 언어 이전에 청소년 관련 학회에 참석했다가 스포츠 정신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상당히 신선했는데, 그것이 소통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소위 운동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상담을 이끌어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유로 거론되는 것들은 대부분 그런 친구들의 능력 결여에 초점을 둔다. 가령 집중력이 약하다든지,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못해봤다든지 등등... 그런데 이 교수님은 그런 것을 결여로 해석하기보다는 차이의 일종으로 해석하는 것 같았다. 그게 뭐 그리 새로운 내용이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신기한 것은 그런 차이에 입각한 전략들이 실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말보다 몸을 통해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말에 담기.. 2021. 7. 22. 통역사로서의 정신과 의사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통역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만 차이는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을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주 대상은 아이를 둔 부모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의도하는 바 혹은 원하는 바는 절대로 '그대로' 언어적으로 표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좋은 것을 싫은 것으로, 혹은 그 반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겨냥하지 못한 채 (혹은 않은 채) 계속해서 변죽을 울리기도 한다. 공격성과 분노, 슬픔과 울음 같은 것들이 뜬금 없는 맥락 속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이 모든 신호들의 범람 속에서 그것들을 가능한한 성인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게.. 2021. 7. 22. 흥미로운 사례들 # 수많은 사람들을 진료하지만 내가 그 사람들을 다 '살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배운 지식에 기반해서 노동을 하고 있을 뿐이고, 상품 생산자가 상품을 받아보듯 특정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내가 이 사람을 정말로 도와줬구나!'라고 느껴지는, 그래서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은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알려주는 게, 상식을 쌓는 의미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어떤 젊은 여성이 십년 넘게 우울증을 앓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나를 찾아왔다. 당시 다행히도 환자들이 별로 없었고, 그녀의 말을 깊게 들어줄만한 여력이 됐었다. 그녀는 자신이 전혀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도 우울한 것 같다면서, 약을.. 2021. 7. 22. 자유와 물리적 제약 # 누구나 자유로워지길 원한다. 자유의 기본은 신체의 자유이다. 그러나 반대로 신체라는 조건이 그 자체로 자유를 제약하기도 한다. 이유를 모른 채 일생동안 사회생활에서의 억압을 경험해왔던 아이들은 훗날에야 자신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관련해 물리적 제약을 경험해왔다거나 (ADHD), 2,7,16,17번 염색체가 남들과 좀 달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폐 스펙트럼). 동일한 제약들은 사랑하는 능력이라는 기본적인 자유마저도 제한한다. 비슷한 예는 이외에도 수두룩하게 많다. 대상회에서의 제약(강박증)은 자유롭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해마에서의 제약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자유를 제약한다. 환청과 망상으로 대표되는 정신증의 신체적 배경이 소통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두 말.. 2021. 7. 22. 이전 1 2 3 4 5 6 7 8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