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leugnung]의 글188 군대의 순기능(?)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상담 팁이랄 게 하나 있어서 소개해본다. 상담할 때는 '이 사람의 주된 갈등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핵심 갈등을 파악해야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력에 대한 청취가 필요하고, 따라서 지난한 시간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만약 상대방이 남자라면 이걸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군대 생활이 어땠는지 묻는 것이다. 이건 아직 짧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내가 봤던 사람들 대부분은 군대에 있을 때 자기만의 핵심 갈등이 터져나왔던 것 같다. 가령 거세공포가 핵심갈등이었던 사람은 십중팔구 선임으로부터 불안감 같은 걸 경험했다.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문제였다면 똑같.. 2021. 11. 9. 타협의 미덕 타협의 미덕 흔히들 '타협'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기존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안 한사람을 보고 우리는 그가 타협을 했다고 말한다. 결국 타협이라는 개념은 소극적으로 규정된다. '~~이 아닌' 어떤 상태에만 잔여적으로 붙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타협은 결코 소극적인 규정이 아니다. 정신분석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무의식이 언제나 타협을 향해 나아간다고 본다. 다양한 무의식적, 본능적 요구들이 서로를 주장하며 나댈 때, 우리는 그것들 사이를 교통정리 해줌으로써 적절한 타협의 지점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꼭 무의식에서만 타협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미덕이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에 매달리는 사람, 가족을 내팽겨치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 .. 2021. 10. 27. 강박증자가 보는 세계 # 조만간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 공개된다고 한다. 처음 접했던 그의 영화가 아마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당히 신선해서 이후 몇 개를 더 찾아보다가 을 알게 됐고, 그 때쯤부터 이 사람의 작품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그의 영화를 볼 때 묘하게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감정이 최대한 억눌려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점은 그가 죽음이라는 요소를 다룰 때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에서 자신의 아들(인 줄 알았던) 젊은이가, 의 축을 담당했던 테넌바움씨가, 에서 주인공의 죽음이 다루어지던 장면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그것을 전형적인 한국식 신파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보길 바란다. # 심지어 죽음이라는 요소가 잔혹함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때조차 그는 인위적일만큼.. 2021. 10. 26. 친근함이라는 가상 타파하기 사실 알고보면 추상적이고 사후적인 개념이지만 마치 원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개념들이 있다. 가령 '우울증'이라든지 (우울증이라는 것은 다양한 맥락들에서 나타나는 불편감들이 사후적으로 추상되었을 때 나오는 단어다) '화남', '친근함' 등이 그렇다. 이와 관련해 오늘 점심 식사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끄적여본다. 새 직장(종합병원으로 옮겼다)에 온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점심 시간이 그렇게 뻘줌할 수 없다. 물론 다른 의사 선생님들도 와서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가시기는 한다. 근데 괜히 나만 신참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서로 간에 면식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오늘도 뻘줌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나는 이 사람들에게 아직 친근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구나. 언제.. 2021. 10. 21. 이전 1 2 3 4 5 6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