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leugnung]의 글188 <환괴지대>, 그 과잉과 반복의 공포 이토 준지의 만화에는 그것만의 매력이랄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어떤 가속(acceleration)과 과잉의 요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만화의 상당수는 이런 요소들에서 나오는 공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가속과 과잉이 나타나는 방식의 한 예를 들면 이렇다 - 소용돌이와 유사한 문양을 쳐다보게 된 한 사람이 계속해서 그와 유사한 상징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상징은 점차 명확해지고, 강렬해지며, 더 큰 양과 질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간다. 결국 그것은 상징을 넘쳐날만큼 과잉에 이르러 인간은 그것에 의해 잠식되고 만다... 이런 요소가 독특한 점은, 그것이 (가령 과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처럼) 갑자기 깜짝 놀라게 하는 ‘jump scare’의 요소라든지 (러브크패프트 식의) 불가해한 미지의 실체라든지, 혹.. 2021. 11. 14. 영화 <8과 1/2> # 보고 나서 한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내가 영화의 주제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던 시기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어제 본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 기혼의 중년 남성 귀도는 잘 나가는 영화감독이다. 모두들 그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어하고,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제작자, 오디션 배우, 비평가들이 넘쳐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완벽한 남자이지만, 실제 그의 삶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다. 별거 중인 아내와의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냉기가 흐르고, 이 때문에 정부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내와 달리 화려하고 육감적인 여성이다. 사실 그의 여성 편력이 처음은 아니다. 주변에 넘쳐나는 여배우들 때문이었을까. 그는 한 여성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 2021. 11. 11. 위클리 논문 : <A wolf sublime : Psychoanalysis and the animal> 저자는 Chris Powici라고, 영문학 연구자란다. 아무튼 이번 논문의 제목은 이다. wolf sublime이라니 무슨 말인가? 저자는 정확히 칸트적인 의미에서의 sublime을 wolf라는 대상에 적용시키고 있다. 칸트적인 이성은 거대한 자연물을 바라보면서 어떤 균열을 경험함과 동시에 이성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지 않나. 저자는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늑대인간 사례에서, 꿈 속에 나타난 '늑대'들이 그러한 '자연물'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꿈 속의 늑대 = 꿈틀대는 무의식 = 인간 안의 동물성 = 이성의 힘으로 완전히 포획되지 않는 것'이고, '해석된 꿈 속의 늑대 = 의식화된 무의식 = 동물성을 정복한 인간 = 이성의 완전한 해석'라는 식의 논리다. 저자가 보기에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2021. 11. 9. 위클리 논문 - ANIMATING RELATIONS: Digitally Mediated Intimacies between the Living and the Dead - 이번 논문도 인류학 쪽 논문이다. 저자는 본인이 연구 대상으로 추적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Erin에 대해 소개한다. Erin은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 애도 단계에 있는 셈인데, 특이한 점은 그녀가 어머니와의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그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 Erin은 엑셀 파일에 항목을 만들어 당시에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당시의 감정이 어땠는지, 어머니와 관련해 어떤 기억이 떠올랐는지, 당시 자기 주변에 어떤 사물들이 있었는지 등을 input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이것을 어떤 앱에 올리면 그 앱이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해준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 건지는 나도 직접 본 것이 아니라서 모르겠다) 아무튼 Erin.. 2021. 11. 9. 이전 1 2 3 4 5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