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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사적인 정리76

모 인터넷 매체에 글 싣기를 중단했다. 모 인터넷 매체에 글 싣기를 중단했다. 처음에 시작하게 된 건, 아무래도 글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 글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욕망. 누구나 그런 게 있지 않겠나. 몇 차례 기고를 해봤는데 연달아 채택이 됐었고, 해당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글을 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을 했다. 주로 정신의학적 개념을 설명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사회현상을 분석해보는 글을 썼다. 장점도 많았다. 항상 글이 어렵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편집자의 도움을 받다보니 훨씬 '대중적'인 글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이 '얼마나 잘 읽히냐'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은 언제나 읽어주는 사람에게 두어야 한다. 혼자 고집을 부려봤자 글은 고인물에서 썩.. 2021. 7. 11.
첫 만남 오늘, 아내가 임신을 했다. 며칠 전부터 테스트기에 희미한 줄 두개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벌써 1.3센티미터나 됐단다. 나는 초음파 화면을 보며 "어이구 잘 크고 있네..."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직 심장은 뛰지 않지만, 이제 산모 수첩을 만드셔야겠는데요? 호호“ 의사 선생님이 우리를 자리에 앉혔다. 방금 전 초음파를 할 때만 해도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보던 아내가 울음을 터뜨렸다. 으이그 눈물이 났쪄요? 하고 아내의 어깨를 보듬어주는데 괜시리 나도 눈물이 찔끔했다. 아내는 당황스러워하며 자신이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의례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이 그러듯, 그럴 수도 있지라며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다. 병원을 나오며 아내가 계속 중얼거렸다. 거 참 이상하단 말이야. 거기서 갑자기 왜.. 2020. 12. 14.
2014년 10월 9일의 일기 2014년 10월 9일 어느 행복한 날 점심 - 요즘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고 기술하는 모습이 엄청나게 많을 것인데, 나에게 해당되는 모습은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갓 20살에 들어선 한 남학생이 고등학교 시절 내내 꿈꾸던 한 대학교에 처음으로 입학하게 되는 날. 그리고 첫 등교날 그 학교의 정문 앞에서 그 학생이 느끼게 될 어떤 무엇. 여기에는 뿌듯함과 어떤 포부, 그리고 기대감, 환희 등등이 적절히 배합되어 특정한 종류의 행복감을 만들어낸다. 내가 근래에 느끼는 감정 또한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오늘은 한글날이라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는다. 조금 늦잠을 자고 나서 스쿠터를 타고 의료원으로 향했다.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이 기가막히게 맑고 깨끗하다. 공기도 너무 .. 2014. 10. 9.
물자체에 대한 단상 칸트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인식 너머를 '물자체'로 통칭해 버린다. 마찬가지로 라캉에게 있어 '실재'란, 상징계 너머에 있는 무엇들의 통칭이다. 물자체나 실재계는 모두 인식 불가능한 하나의 '덩어리'이다. 물론 경계는 없는 덩어리. 그런데 이 물자체는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물자체를 구조화까지는 할 수 있는가? 물자체를 구조화 하고 물자체의 구조의 '체계를 세우는 것' 까지는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물자체 내에도 분류를 나눠서 구조화할 수 있다. 실제로 칸트의 경우 A를 발견하면 A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A'라는 물자체, B를 발견하면 B에 대립되는 것으로서의 B'라는 물자체 등등 서로 다른 물자체들이 등장하는 것 처럼 보인다. A' 와 B'는 모두 같은 물자체라고 볼 수.. 2014.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