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36 'Baby in car'에 대한 항변 예전부터 우리 부부는 차 뒤에 붙여진 ‘Baby in car’ 같은 문구를 볼 때마다 불쾌감을 토로해왔다. 물론 얼마 전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어느 정도 저런 걸 붙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저 문구에 대해 어떤 정당성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끔 아내가 묻기도 했다. ‘근데 말이지, 저건 꼭 자기 애 중요하니까 비키라는 의미로 붙인 게 아니라, 나중에 사고가 나면 애를 먼저 구출해달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하니까 우리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그래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생각해보려고도 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논거는 정당함을 변호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그런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저런 논거를 납득하지 않는.. 2021. 11. 23. <환괴지대>, 그 과잉과 반복의 공포 이토 준지의 만화에는 그것만의 매력이랄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어떤 가속(acceleration)과 과잉의 요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만화의 상당수는 이런 요소들에서 나오는 공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가속과 과잉이 나타나는 방식의 한 예를 들면 이렇다 - 소용돌이와 유사한 문양을 쳐다보게 된 한 사람이 계속해서 그와 유사한 상징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상징은 점차 명확해지고, 강렬해지며, 더 큰 양과 질을 가지고 그에게 다가간다. 결국 그것은 상징을 넘쳐날만큼 과잉에 이르러 인간은 그것에 의해 잠식되고 만다... 이런 요소가 독특한 점은, 그것이 (가령 과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처럼) 갑자기 깜짝 놀라게 하는 ‘jump scare’의 요소라든지 (러브크패프트 식의) 불가해한 미지의 실체라든지, 혹.. 2021. 11. 14. 영화 <8과 1/2> # 보고 나서 한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내가 영화의 주제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던 시기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어제 본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 기혼의 중년 남성 귀도는 잘 나가는 영화감독이다. 모두들 그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어하고,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제작자, 오디션 배우, 비평가들이 넘쳐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완벽한 남자이지만, 실제 그의 삶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다. 별거 중인 아내와의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냉기가 흐르고, 이 때문에 정부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내와 달리 화려하고 육감적인 여성이다. 사실 그의 여성 편력이 처음은 아니다. 주변에 넘쳐나는 여배우들 때문이었을까. 그는 한 여성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 2021. 11. 11. 토이 -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최근 본 다큐 중 가장 재미있었다. 참신하다 못해 중요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장난감은 언제나 소홀한 취급을 받는다. 어린이 동화가 받는 취급과 비슷하다. 우리는 그것 없이 성장할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된 누구도 그것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것이 갖는 주관적인 가치, 그것이 우리들의 기억과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했을 그런 요소들의 '무게'에 대해서는 진지한 토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주관적인 탐구가 더러 진행되기도 한다. 가령 정신치료 세션에서 우리는 종종 되묻는다. '엄마가 생일에 그 장난감을 사주셨지', '내가 상을 타오니 아빠가 그 장난감을 사주셨지'... 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중요한 질문을 제기해본 적이 없다. 가령 그 장난감이 나에게 어떤 .. 2021. 10. 18.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