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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36

<포드 vs 페라리>가 진부한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 는 제목에서부터 노골적인 대결구도를 암시하는 면이 있다. 포스터 속에서는 이제는 대배우라고 간주해도 좋을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두 얼굴이 서로 대립하면서 마찬가지로 모종의 대결이 암시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헐리우드 식 전기 영화가 대개 그렇듯,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대결 혹은 대립의 구도는 어떤 성장기적인 교훈의 측면을 포함하기 마련이다. 인물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마치 헤겔 식의 지양이 일어나듯 새로운 제 3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속에서 충돌하는 가치들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고전적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실력, 원칙주의가 성공한다는 가치관과 쇼맨쉽, 마케팅, 계략이 성공한다는 가치관이 서로 대립하면서 투쟁한다. 영화는 상당히 솔직한 편인데, 전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어찌보면.. 2021. 3. 20.
섹슈얼리티와 아버지의 부재 정신분석학에서는 흔히 Father figure라는 말을 쓴다.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말한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에서 후안(마허샬라 알리)은 바로 이런 아버지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누군가는 “영화 내내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그가 전체 러닝타임의 채 삼분의 일도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 속 그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는 자신의 게이 취향을 조금씩 발견해가는 흑인 소년 ‘리틀’의 일생을 그린다. 소년의 엄마는 약물중독에 빠져 그를 돌보지 못한다. 대신 동네의 건달 후안이 그의 정신적 아버지가 되어준다. 리틀은 곧 후안이 사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마약 판매상.. 2020. 12. 17.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 어제는 당최 공부가 되지 않아 아내와 영화 한편을 보았다. 넷플릭스를 뒤지다 보니 이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해버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릴 적부터 바다를 곁에 두고 살았던 한 다큐멘터리 감독. 커리어를 쌓으며 지낸 시간들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고 있다고 느낌이 들어 바다로 돌아온다. 매일 바다 속을 탐험하기 시작하던 그는 한 암컷 문어를 발견하고 이것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문어도 이 남자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 때부터 두 존재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문어는 팔을 뻗어 남자를 만져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먹이를 사냥하는 과정에 남자를 '이용'해먹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이 .. 2020. 12. 14.
영화 <결혼 이야기> 결혼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왜 사는가', '뭘 하고 살아야 하는가' 다음으로 사람을 고뇌하게 만드는 질문은 아닐지 모르겠다. 조사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을 20위부터 따졌을 때 1위는 배우자의 사망, 2위는 이혼, 3위는 별거, 7위는 결혼이란다. 그 중간 4위 어디쯤에는 '교도소에 수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는 그런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봤던 아내는 이게 이혼 이야기지 무슨 결혼 이야기냐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영화는 줄곧 이혼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이 영화의 텍스트는 정확히 이혼이라는 목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간다. 즉 영화는 '결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차라리 이혼에 다다르는 디테일한.. 2020.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