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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36

영화 <존 윅>이 제기하는 문제 – 그 따위 개 한마리가 뭐라고. 을 참 재미있게 봤었더랬다. 이제는 거의 반노장이 되어버린 키아누 리브스가 늙은 몸을 이끌고 헥헥거리면서 총질을 해대는 장면도 물론 재밌었지만, 주제의 측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면들을 제공하는 지점이 있다. 내가 왜 그토록 이 영화에 흥미를 느꼈는지 파고들어가봤을 때, 결국 그 중심에는 이런 질문이 놓여 있었던 것 같다. 이 남자는 왜 이토록 개 한 마리에 열중하는가? 그리고 그가 개 한 마리를 좇아 수십명의 인간을 살해하는 이 어이없는 활극에 왜 나는 그토록 열광하는가? 어째서 이 얼토당토 않은 서사구조에 내가 납득하고 있단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지점을 거쳐갈 수 밖에 없었다. 첫째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동기의 문제, 즉 ‘끌개’와 관련된 문제다. 관객이 .. 2020. 11. 28.
사이비 종교와 최면 "한 때 최면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티비에 나와 전생을 탐색한답시고 연예인들에게 최면을 걸기도 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이 명령에 복종하는 이상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들은 레몬을 먹으며 달다고 이야기하거나, 바늘에 찔리고도 아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런 면들은 사이비 종교에서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신도들의 모습을 닮았다. 흔히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들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최면 감수성에는 여러가지가 영향을 미치지만, 주로 그 사람의 과거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가령 누군가가 아버지에 대해 엄청난 권위의식을 느꼈고 그런 아버지 상에 대해 복종적인 무의식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했을 때, 치료자가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제공할 경.. 2020. 8. 24.
더 배트맨 # 2021년에 새로운 배트맨 영화가 나온단다. 이번 예고편을 보면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배트맨이 악당 조무래기들을 '잔혹하게 줘패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분명 '통제를 잃고 폭력을 휘두르는' 개인의 초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정신줄 약간 놓은 듯한' 폭력성은 분명 '조커'에서 나타나는 그것과 상당부분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시대적인 분위기인지, 현재 DC 쪽 컨셉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화가 나다 못해 정신 줄 살짝 놓은' 개인의 초상을 묘사하는 것이 유행이 된 것 같다. # 1989년, 팀버튼은 이런 브루스 웨인의 '어두운' 측면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찬사를 받았다. 팀버튼의 배트맨은 일종의 '신경증자'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그는 오이디푸스적 갈등의 최정점에서, 엄격.. 2020. 8. 23.
외계인 해부 장난감 멜라니 클라인은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어떤 공격적 충동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가령 아기들은 엄마의 몸을 보며, 엄마의 몸 안에는 사악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에 모두 파괴해 없애버려야 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클라인의 공헌은 오이디푸스 이전 시기에 존재하는 원시적 수준의 공격성과, 그로부터 유발되는 다양한 감정들, 가령 시기심, 죄책감, 감사함 등의 것들을 개념화했다는 것에 있다. 클라인은 프로이트가 분석한 바 있는 포르트-다 놀이(아이가 엄마의 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실패'를 던졌다가 도로 가져오는 행위를 반복했던 놀이)를 재해석하면서, 이것들이 그러한 원시적 충동들을 잠재움으로써 아동의 불안을 경감한다고 보았다. 이 장난감을 보면서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릴 때 벌레나.. 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