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36 킥애스의 감동 자녀를 구출하거나, 혹은 자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티프에는 어딘가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데가 있다. 채플린의 작품 중 내가 유일하게 눈물을 흘렸던 작품이 였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에서 루크가 스승인 오비완의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상한 건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테마에서는 그런 깊은 감동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어떤 '이상화되고 열망된'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오는 정취 때문일까? 가령 나는 작품 속의 아들에 동일시하는 과정 중에, 나의 무의식이 갈망하던 이상적인 아버지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면서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일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감동을 느꼈다는 것이.. 2020. 8. 21. 시네도키 뉴욕 몇몇 리뷰들에서는 의 상황을 영원회귀에 비유하더라. 영화는 일직선적인 시간 구조를 따르는 대신 지속적으로 도약하는 시간 구조를 다루고 있으며, 언제나 '현재'의 묘사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주인공의 처지가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되풀이해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닮지 않았냐는 것이다. 근데 내가 영원회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 든다. 정말이지 영원회귀 개념만큼 나를 혼돈에 빠뜨리는 개념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말로 그걸 표현할 수는 있고, 어디 가서 끄적거릴 수는 없지, 그게 진짜 무엇인지, 왜 니체가 그런 개념을 창안할 수밖에 없었는지 '몸으로'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내 지능이 딸리는 걸까? 심각한 오독일지 모르지만, 나는 개.. 2020. 8. 15. 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를 항상 재밌게 봤더랬다. 좋아하는 감독들 중 하나다. 나 같은 영화는 그 중에서도 최애 영화에 속한다. 가 뛰어난 수작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본 바 있으나, 볼 기회가 없었다. 요즘 시간이 남아 다시 보게 됐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일인지라, 일종의 정신역동적 관점을 갖고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면이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Arrogant type의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그러니까 오만한 타입의 자기애성 성격 장애에 속하는 개인의 일생을 탁월하게 묘사했다고 여겨진다. 그는 타인을 신뢰하지 못 한다. 타인이란 그에게 수족일 뿐이다. 심지어 마지막에 아들과의 조우에서 그는 말한다. "사실 너는 고아였어. 내가 너를 데려온 건 단순.. 2020. 8. 15. [영화 리뷰] 인터스텔라 – 이게 감성적인 영화라고? [영화 리뷰] 인터스텔라 – 이게 감성적인 영화라고? 1. 들어가면서 숱한 기대를 불러 모았던 인터스텔라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로 하여금 영화를 기다리게 만든 질문은 이런 것 이었다 : 크리스토퍼 놀란이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터스텔라에 대한 평은 대부분 비슷했다. 놀란의 영화 역사상 가장 감성적인 영화였다는 것. 사람들은 이 영화가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고 있으며,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의 작품 세계에 드디어 감성이 침투해 들어갔다고, 말하자면 첫 번째 균열이 발생한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 기사문을 인용하자면,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필모그래프에서 독특한 영화다. 단적으로 이렇게 감성적인, 누군가에겐 신파라 불리는 뜨거운 감성 펄펄 끓는 놀란의.. 2014. 11. 12.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