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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36

서평 : <프로이트 I - 정신의 지도를 그리다>, 피터 게이 세상에는 굉장히 매끄럽고 우아하게 작동하지만, 그것의 배후 즉 작동방식이나 기원이 잘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가령 우리는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고급스러운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사실은 그 고기가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알려 고 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런 일은 사상사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특정 학파의 사상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지고, 고급스러워지고, 또 권위도 더 생기는 법이지만, 실제 그것이 탄생했던 맥락과 배경은 점차 잊혀지기 마련이다. 는 프로이트 사상의 배후를 그린 책이다. 저자인 피터 게이는 사상사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대학교수. 그런데 후에 분석가 훈련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상 자체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역사적 .. 2021. 10. 16.
<듄>과 <스타워즈>가 인간과 소통하는 방법 # 인간과 비인간의 의사소통을 다룬 영화들이 꽤 있다. 나는 그것들이 크게 두 범주로 나뉠 수 있다고 본다. 하나가 번역을 매개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자의 예로 을, 후자의 예로 시리즈를 들고 싶다. 에서는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 특정한 번역 장치를 사용한다. 이 번역기는 상호전환 기능이 있는데, 외계인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인간에게 전달되고, 반대로 인간의 언어는 외계어로 번역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번역이 강조되는 관점에서는 언어의 의사소통 기능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극대화될수록 언어의 존재 의미도 더 커지는 것이다. 여기서는 보편성이 중시된다. 서로 이질적인 개체들 간에 소통이 가능하려면 일단 어떤 .. 2021. 7. 22.
스콜세지의 절규 - 이 세 사람의 절규에는 어딘가 공통적인 데가 있다. 마틴 스콜세지 표 절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표정을 처음 본 것은 에서였다. 예수는 마지막 순간 세속화된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울부짖는데 그 울부짖음이 나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줬던 것 같다. - 속의 앤드루 가필드(세바스티앙 역)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걸 고통이라고 해야 하나 고뇌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뭔가 상당히 고통스러우면서도 내 안의 성스러움을 느껴지게 하는, 어떤 숭고와 같은 것이 돋아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 두 영화 모두 어떤 기독교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니 당연히 비슷한 경험이 느껴지지 않겠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문제는 전혀 기독교와 상관 없는 작품에서도 비슷한 것이 경험된다는 것이.. 2021. 6. 25.
짐 캐리에 대한 단상 짐 캐리가 출연한 일련의 영화들을 '거짓 자기(false self) 연작'으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융 식으로 말하면 페르소나 연작이라고 할 수도. 가 '거짓'이라는 요소 그 자체를, 즉 거짓으로 점철된 삶의 방식을 다루었다면 , 에서는 소심한 거짓 자기(입키스 / 소심한 행크)가 힘있고 쾌락을 즐길 줄 아는 참 자기(초록색 괴물 혹은 로키 / 괴팍한 행크)의 모습을 발견하는 노정이 펼쳐진다. 은 정확히 동일한 서사를 반대의 경로(거짓 자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로 구성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는 것도 거짓된 세계에 맞추어 진짜 자기가 아닌 연출된 자기를 살아야만 했던 이야기가 아닌가. 이처럼 짐 캐리가 구사하는 코미디는 모든 것이 '마스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러다보니 참과 거짓 사이의 경계 문제.. 2021.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