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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188

오늘의 발견 : 내용의 결여가 반복되기도 한다. 게다가 감정의 신체적 표현을 통해서 말이다. 감정에도 문법이랄지 내러티브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적인데, 말하자면 사람마다 감정이 조직화되고 구성되는 방식이 다르다. 영화의 문법을 보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러저러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정 쇼트의 특정 미장센 아래 특정 감정이 터져나온다든가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문법이 너무나 교과서적이어서 놀라울 때도 있다. 정신분석 교과서라는 것은 그러한 문법들의 표본을 모아둔 백과사전과도 같다. 우리는 책에서 전형적인 문법을 배우고, 인간의 정신이 그러한 문법에 따라 표현되는 것을 관찰한다. 문법은 반복되고 패턴화되는데, 분석가라 함은 그런 패턴을 언어적 형태로 재조직화해 내담자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반복이 가진 치료적 의미가 있다. 무언가.. 2021. 7. 22.
아기를 기다린다는 것 기다림에도 종류가 있다. 군대 간 아들을 둔 어머니의 기다림, 롱디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의 기다림,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 백마 탄 초인에 대한 기다림 등등. 그런데 이 기다림들에도 공통점이랄 것은 있다. 모두 현재 부재하는 대상, 이 곳에 없는 대상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기다림이라는 감정은 그 부재의 대상이 곧 임박한 상태에서 더 극적으로 풍성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워하던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입국 출입문을 통해 카트를 끌고 들어오는 그 순간 까지의 그 사이 말이다. 자동문이 열리면서 그리워하던 가족의 얼굴을 보게될 때의 그 환희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만남의 장소로서 공항이라는 장소가 갖는 묘미는 바.. 2021. 7. 22.
<듄>과 <스타워즈>가 인간과 소통하는 방법 # 인간과 비인간의 의사소통을 다룬 영화들이 꽤 있다. 나는 그것들이 크게 두 범주로 나뉠 수 있다고 본다. 하나가 번역을 매개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전자의 예로 을, 후자의 예로 시리즈를 들고 싶다. 에서는 다양한 종족들이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 특정한 번역 장치를 사용한다. 이 번역기는 상호전환 기능이 있는데, 외계인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인간에게 전달되고, 반대로 인간의 언어는 외계어로 번역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번역이 강조되는 관점에서는 언어의 의사소통 기능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극대화될수록 언어의 존재 의미도 더 커지는 것이다. 여기서는 보편성이 중시된다. 서로 이질적인 개체들 간에 소통이 가능하려면 일단 어떤 .. 2021. 7. 22.
모 인터넷 매체에 글 싣기를 중단했다. 모 인터넷 매체에 글 싣기를 중단했다. 처음에 시작하게 된 건, 아무래도 글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 글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욕망. 누구나 그런 게 있지 않겠나. 몇 차례 기고를 해봤는데 연달아 채택이 됐었고, 해당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글을 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을 했다. 주로 정신의학적 개념을 설명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사회현상을 분석해보는 글을 썼다. 장점도 많았다. 항상 글이 어렵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편집자의 도움을 받다보니 훨씬 '대중적'인 글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이 '얼마나 잘 읽히냐'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은 언제나 읽어주는 사람에게 두어야 한다. 혼자 고집을 부려봤자 글은 고인물에서 썩.. 2021.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