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leugnung]의 글188 스콜세지의 절규 - 이 세 사람의 절규에는 어딘가 공통적인 데가 있다. 마틴 스콜세지 표 절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표정을 처음 본 것은 에서였다. 예수는 마지막 순간 세속화된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울부짖는데 그 울부짖음이 나의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줬던 것 같다. - 속의 앤드루 가필드(세바스티앙 역)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걸 고통이라고 해야 하나 고뇌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뭔가 상당히 고통스러우면서도 내 안의 성스러움을 느껴지게 하는, 어떤 숭고와 같은 것이 돋아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 두 영화 모두 어떤 기독교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니 당연히 비슷한 경험이 느껴지지 않겠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문제는 전혀 기독교와 상관 없는 작품에서도 비슷한 것이 경험된다는 것이.. 2021. 6. 25. 타인의 자살 충동에 윤리적으로 대처하기 "나는 나를 포기했다니까요? 왜 퇴원하지 못하게 놔두는 거에요!" 아이가 울며 소리친다. 자살충동을 경험하는 환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들을 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아이들이 '내가 나를 포기했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말을 할 때는 종종 말이 막힌다. 말이 막히는 것은 사실 내 개인 신념에서 연원하는 부분이 많다. '왜 사느냐?'는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된 답을 내려본 적이 없다. 종교를 가진 것도 아니고 무신론자이기에 더 그런 면도 있었다.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뿐이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것이니, 최대한 즐기면서 살면 그만이다. 아니면 바쁘게 사는 것도 괜찮다. 일을 하고, 뭔가에 몰입을 하고, 사회 속에서 기능이.. 2021. 6. 21. 반복 과거가 현재에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은 항성 여기에서 지금 행해지고 있다. 그저 무수하게 피어나는 운동인 것이다. 철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플라톤의 반복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끊임없이 동일한 실수가 발생하는 것도, 어떤 시간이나 어떤 장소에나 거기에는 예수의 역할, 자캐오의 역할을, 유다의 역할을, 베드로의 역할을 하는 자가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연극은 반복해서 상연될 뿐이다. 그러다보니 누구에게나 운명이랄 것이, 그 자신이 반복해야 할 숙명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서 벗어나려 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운명은 대놓고 밥상에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뒤져서 찾아내고 발견해서 입어야 하는 옷이다.. 2021. 5. 29. 들뢰즈의 마조히즘 나는 를 갖고 석사논문을 썼다. 당시 일종의 들뢰즈 빠돌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썼던 것 같다. 근데 지금 와서 다시보면, 그는 그 책을 통해 기를 쓰고 정신분석학을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어떤 면에서 지극히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 매여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직은 좀 정신분석학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같다고 해야 하나. 들뢰즈는 프로이트가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분석한 방식을 비판하면서, 결국 그가 지독히도 아버지-어머니-아들의 삼각형 구도에 매여 있다고 말한다. 남성 마조히스트는 여성에게 자신을 때려달라고 하는데, 정신분석학은 이 '때리는 여성'을 '아버지의 치환된 모습'으로 간주하면서 과도한 해석적 무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때리는 사람을 아버지의.. 2021. 5. 29. 이전 1 ··· 4 5 6 7 8 9 10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