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통역사로서의 정신과 의사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7. 22.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통역사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만 차이는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을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주 대상은 아이를 둔 부모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의도하는 바 혹은 원하는 바는 절대로 '그대로' 언어적으로 표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좋은 것을 싫은 것으로, 혹은 그 반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겨냥하지 못한 채 (혹은 않은 채) 계속해서 변죽을 울리기도 한다. 공격성과 분노, 슬픔과 울음 같은 것들이 뜬금 없는 맥락 속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이 모든 신호들의 범람 속에서 그것들을 가능한한 성인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해주는 것. 나의 일은 그런 곳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