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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환]의 글/출발! 다운로드 여행

[출발! 다운로드 여행] 위커맨과 함께 맞은 새해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14. 1. 6.

 

 

 

카운트다운을 하는 문화가 매우 어색해질 무렵 나는 나이가 든 것인지 망가진 것인지 알 수 없는 28번째 햇수를 위커맨과 함께 맞이했다. 하느니 마느니 못한 일을 그만두고 실직을 하고나니, 이제는 사느니 마느니 못한 삶에 직면한 자신을 발견했다.

타인의 글이나 언변을 평가할 때 그의 과거의 행적과 현재를 비교해 날카로움과 무게를 저울질하고는 했었는데 왜 그 대상이 나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사실 했지만 하지 않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나약해 질수록 날은 자신이 아닌 바깥으로 향한다. 연말은 매우 우울한 것이다.

 

이 영화를 얘기할 때 다들 이렇게 시작하더라.

'"이 영화는 컬트영화의 정수라고 불리운다.'

 

이렇게 적어놓긴 햇지만 사실 정확히 컬트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 정의하기는 어렵다. 또 전반적으로 그냥 좀 이상한 것들에 대해 컬트라는 딱지를 마구 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구분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 컬트영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구분지음도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컬트영화의 대표작이라 불리우는 록키호러픽처쇼와 같은 경우, 나는 그것을 그냥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컬트라는 느낌이 그닥 와닿지 못했는데, 이 영화는 컬트 그 자체로 느껴진다. 그간 AV배우들이 나와 살점을 도륙하는 영화 그 외 다수의 다양한 저급하고 조악한 영화를 보며 발기를 했지만 생애 이런 느낌의 괴작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본 영화가 앞서 열거한 그런 영화들처럼 영화자체의 조악한 느낌을 찾기 어렵다.(화면 질감이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필름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잘라내고 붙이는 상황이 이어져서 그런것 같다.)아무리 영화지만 아이들에게 이상한 내용을 말하고 입에 개구리를 넣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영화에서처럼 제정신이 아니여야 찍을 수 있던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컬트영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묻거든 "위커맨을 보라" 라고 말하고 잘 아는 사람이 묻거든 "위커맨 밖에 이해를 못했어요 데헷" 하며 수줍게 웃기로 다짐했다.

영화 내용은 이러하다. 족히 서른 중반은 되보이는 혼전순결의 중년경찰이 이교도집단들의 섬(이하 '섹스섬')에 다다라, 사라진 소녀를 찾는 내용이다. 가보니까 섹스섬의 영주라는 놈이 제물을 바친다느니 죽으면 불과 공기가 된다느니 고대철학자들 같은 얘기를 늘어놓게 되고 크리스챤인 경찰은 충격을 받게된다. 중반정도 보면 마을 사람들이 다 돌아이여서 신고한 사람도 없을텐데 저 경찰은 왜 와가지고 나댈까. 곧 죽겠구나 싶기도 한데, 워낙 영화가 이상하다보니 정상적인 추리를 포기하게 된다. 즉, 가만보면 뻔한 내용인데 특유의 괴상한 분위기 때문에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솔직히 그냥 오컬트적인 느낌만 가지고 갔다면 재미없을 거 같은데, 야한장면이 나와서 영화를 끄지 않게 해준다. 로드스튜어트의 옛 동거녀 브릿 에클랜드가 나체로 춤을 출 때 자세히 보면 음부가 보일듯 말듯해 다른의미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더해준다. 또한 허허벌판에서 남녀가 섹스를 하거나 옷벗고 뛰어다니기 등 SOD 기획물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계속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JMS가 이 영화를 자신의 바이블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 이것을 현실으로 실현한 JMS가 진정 컬트의 정수라 보여진다.

그리고 음악들도 은근 괜찮다. 특히 'maypole(링크)'이라는 노래가 왠지 기분도 더러워지면서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인생이 노래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걸작. 기회가 된다면 자급자족프로닥숀 회원들과 남근나무 주위를 빙빙돌며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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