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클래식은 잘 몰라도 슈베르트의 Impromtus No.1 in C minor을 좋아한다.
Impromtus No.1 in C minor가 흘러나올 때, 주인공 부부가 아닌 객석 전체를 비추는 장면은 굉장히 흥미롭다. 흔한 관객 중 하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일들. 아무르는 그것을 이야기 한다.
"자는데 갑자기 도둑이 들어왔다면 어쩔거야? 내 생각에 난 아마 싸우다 죽을거야."/ "나도."
# 2.
이 영화는 아주 많은 장면들이 롱테이크로 처리된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아주 짧은 컷으로 처리되거나 어쩌면 나오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아주 길게 찍는 특징을 보인다. 액션영화식의 컷에 길들여진 탓에, 대개 이런 식의 컷에 굉장한 지루함을 느끼지만 아무르는 그 긴 호흡이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러한 기법 탓에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죄이고 나아가 잔인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예를 들어, 청소기를 미는 장면, 몸이 불편해진 안느를 만나기 위해 응접실에 앉아 기다리는 안느 제자의 장면.(거의 1분을 할애한다.) 이런 (줄거리상)별스럽지 않은 장면들을 길게 늘여놓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과 슬픔 여러가지 생각을 지나치게 한다. 이런 느린 호흡은 왠지모르게 부부의 삶 전체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만약 안느에게 죽을 먹이는 모습, 화를 내는 모습같은 주요장면들만 짧은 컷으로 보여줬더라면 그들의 삶은 개개의 사건의 모음들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노부부의 삶 전체를 관조하는 느낌을 갖게 함으로서. 노부부의 삶 자체로 끌어와 불편함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던진다.
삶이란 것이, 1년 내의 대표적인 사건들의 나열을 늘어놓는다면 아주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다. 반면, 자연스런 1주일을 보여준다면 굉장히 불편할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왠지 한 사람의 삶을 느끼는데는 특별한 사건의 모음보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들을 관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테이크도 길고, 정적이고 대부분이 바스트 샷인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력에 영화의 팔할이 달려있는데, 엠마누엘리바의 연기는 불편 할 정도로 실감났다. 나이도 있으신데 정말로 치매가 오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 진짜로.
# 3.
비둘기는 더러움이나 닭둘기같은 상징과는 또 별개로 유태교에서는 장례의식이나 사람의 영혼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둘기가 안 으로 들어와 다시 나가는 장면에서 영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첫 번 째는 안느, 두 번 째는 주르주 자기 자신. 그는 어렵지 않게 잡았으나 다시 보내줬다고 한다.
이로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뜬금없는 안느의 설거지 씬도 이해가 되는 것이, 그 장면의 두 노부부는 사실상 영혼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신발을 신고 코트를 입고 자연스레 같이 집을 떠난다. 카메라는 텅빈 집을 비춘다.
# 4.
마지막으로 또 하나 재밋는 것이 응접실의 모습이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초대하고, 안느는 집에 오자마자 이곳으로 오려하고 뭐 기타등등에서 확인 할 수 있 듯, 왼쪽은 자기자신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응접실엔 책이 있고 밝으며 마주보는 의자가 있다. 그러나 삶의 어두운 부분, 진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은 모두 어두운 오른쪽의 방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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