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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사적인 정리

[일기] 2013년 8월 22일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13. 8. 22.

종호 형이나 나를 비롯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어떤 측면에서 의사들이 멍청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에이 의사 별거 없어. 아무나 해" 라거나, "나 이거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 미리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의사들은 머리가 좋다. 머리가 좋지 않고서 그렇게 많은 양의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하고, 또 기억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채로운 지성의 능력을 '머리'라는 단어 속에 강제로 구겨 넣어 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들이 머리가 좋은 건 맞지만, 그 머리에 속하는 지성의 능력은 극히 제한적인 것에 국한된다. 그리고 종호 형이나 나와 같은, 그 '제한적인 것'에 속하지 않은 다른 능력들을 동경하고 탐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결여분들이 더 부각되어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 결여분에 대한 동경심을 쉽사리 입밖에 내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에 그건 배부른 소리이기에. 그러던 중 내 맞장구를 제대로 쳐주는 구절을 발견해 여기에 실어본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의 한 구절이다.

(형식주의를 비판하면서)
…… 이러한 형식주의는 내적인 생명이나 생명력이 있는 존재의 자기 운동 대신 직관이나 감각적인 지에 의한 단순한 규정을 표면적인 유추를 통해 주논점으로 하여 도식을 이렇듯 외면적이고 공허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학문적인 구성으로 내세운다. 어쨌건 형식주의치고 그 어느 것도 서로 구별되는 것이라곤 전혀 없다. 예컨대 질병에는 무력증, 강력증 또는 약간의 무력증이라는 것이 있고 여기에는 각기 세 가지 대증요법이 있다는 정도의 이론을 놓고 사람들은 극히 최근까지만 해도 단 15분 정도만 익히고 나면 그런 교과과정을 훌륭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돌팔이 의사가 아닌 이론에 정통한 의사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는 얼마나 아둔한 사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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