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상담 팁이랄 게 하나 있어서 소개해본다. 상담할 때는 '이 사람의 주된 갈등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핵심 갈등을 파악해야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력에 대한 청취가 필요하고, 따라서 지난한 시간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만약 상대방이 남자라면 이걸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군대 생활이 어땠는지 묻는 것이다.
이건 아직 짧은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내가 봤던 사람들 대부분은 군대에 있을 때 자기만의 핵심 갈등이 터져나왔던 것 같다. 가령 거세공포가 핵심갈등이었던 사람은 십중팔구 선임으로부터 불안감 같은 걸 경험했다.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문제였다면 똑같이 상관과의 사이에서도 그게 나타났다. 거기에 수반되는 방어의 패턴이 동일하게 반복됐음은 물론이다. 나르시시즘에 문제가 있으면 자존심 때문에 싸우든지 혹은 아래사람을 수족다루듯 괴롭혔던 과거 (혹은 그런 것에 대한 과도한 혐오) 가 있었고, 대상관계가 불안정했다면 상당한 피해의식과 정동의 불안정함, 그리고 나아가 자해라는 행동 문제를 보였던 것도 같다.
옛날에는 자아의 방어를 깨뜨리고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 며칠간 밤을 재우지 않고 집단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단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방어를 깨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을 거친다. 군대만큼 인간을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실험실(?)도 없을테니 말이다. 정말이지 이건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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