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의 미덕
흔히들 '타협'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기존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안 한사람을 보고 우리는 그가 타협을 했다고 말한다. 결국 타협이라는 개념은 소극적으로 규정된다. '~~이 아닌' 어떤 상태에만 잔여적으로 붙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타협은 결코 소극적인 규정이 아니다. 정신분석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무의식이 언제나 타협을 향해 나아간다고 본다. 다양한 무의식적, 본능적 요구들이 서로를 주장하며 나댈 때, 우리는 그것들 사이를 교통정리 해줌으로써 적절한 타협의 지점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꼭 무의식에서만 타협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미덕이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에 매달리는 사람, 가족을 내팽겨치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 주변 사람이나 사회를 희생하면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미화한 나머지 (여기에는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정신도 배어있다) 타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는지 간과하곤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구를 타인, 가족, 사회와 양립시킬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성공하는 사람들이다. 타협의 미덕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Verleugnung]의 글 > 철학적 단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도 자체를 위하여 (0) | 2021.12.15 |
---|---|
군대의 순기능(?) (0) | 2021.11.09 |
강박증자가 보는 세계 (0) | 2021.10.26 |
친근함이라는 가상 타파하기 (0) | 2021.10.21 |
내러티브를 읽는 능력 (0) | 2021.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