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모종의 비난이 섞여 있다. 이런 말을 듣게 될 사람을 떠올렸을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못난 아들을 둔 아버지' 따위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함 있는 콩을 낳았다는 비난은 항상 그 스스로도 결함을 가진 콩에게로 돌려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결함 있는 자들을 향한 비난의 굴레는 돌고 또 돈다.
그런데 이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에서 항상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콩'에 집중하느라 '데'라는 것을 잊곤 한다. '데'란 말하자면 토양이다. 학문의 발전에도, 문화의 융성에도 언제나 이 토양이라는 것이 중요할진대, 인간의 됨됨이는 오죽하겠나. 콩이 자랄 만한 '데'가, 그 토양이 제공될 때에야 비로소 콩이라는 것이 나온다. 그리고 좋은 콩은 오직 그런 곳에서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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