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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정신과 의사의 화용론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4. 20.

정신과 의사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화용론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 사람은 왜 이 말을 하고 있는가?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런 말이 나오는가? - 매번 대화를 할 때마다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쓰다보니 표현된 문장의 너머로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된다. 말해진 것보다는 말해지지 않은 것, 말보다는 말의 주변을 더듬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인간이 표현하는 것들의 범주 안에서 말이 얼마나 미미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깨닫곤 한다. 타인을 대할 때 말에 얽매이다보면 자꾸만 소통이 어긋나는 경험을 하지 않는가. 그건 당신이 말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말의 근본적인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언제나 말해진 것의 너머를, 말해진 것과 말해진 것의 사이를 바라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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