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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누가 나 좀 말려줘요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4. 20.

"Somebody stop me! (누가 나 좀 말려줘요!)"

 

영화 <마스크>의 유명한 대사다. 가면을 쓰고 발광하는 미치광이나 할 법한 말 같지만, 의외로 우리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참 요상한 데가 많아서, 자기가 일을 저지르면서도 누가 그걸 멈춰주었으면 하는 경향을 갖곤 한다. 정신병동 안에서 생각보다 자발적으로 강박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대단히 시사적이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조절되지 않을 때, 그들은 외부의 강압을 이용해서라도 자신들을 멈추고자 한다.

 

라캉이 이야기했던 사례도 얼핏 비슷한 데가 있다. 아이는 엄마와의 이자적인 관계에서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엄마가 좋지만, 엄마라는 대타자와 대면하는 가운데 자신이 송두리째 삼켜져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거세를 요청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건 그 때문이다.

 

'나를 말려달라'는 요청 혹은 욕망 속에는 분명 다른 것들로 포섭되지 않는 고유한 영역이랄 것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지배자에 대한 예속의 욕망이라든지, 피학적인 성향 같은 것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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