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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별 걸 다 리뷰

[별걸 다 매뉴얼] 고속버스에서 책 읽고 싶은 자들을 위한 매뉴얼 - 1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13. 7. 16.

필자는 청송에 거주하고 있다. 여타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5 근무를 하고 있다. ,일요일 이렇게 이틀은 철저한 자유에 내맡겨지는 셈인데, 얼마 안되는 주말마저 청송 시골바닥에서 썩히는 것은 인간적으로 도의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금요일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울 도심으로 기어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청송이라는 곳은 대체 한반도의 어느 구석자리에 처박힌 동네란 말이냐. 야구에 보면 '바가지 안타'라는 있다. 예를 들어, 타자가 공을 쳤는데 공이 애매하게 3명의 수비수 A,B,C 사이로 떨어졌다고 치자. 공은 A 입장에서 접근하기도 멀고, B입장에서도 애매하게 멀며, C 입장에서도 그럴 것이다. 이런 경우를 '바가지 안타'라고 일컫는 , 청송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형국이란게 그렇다.

당일치기로 바다 구경을 가자니 해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고, 강원도 스키장에 놀러가자니 산을 개나 넘어야 하고, 영화 한편 보러 가자니 가장 가까운 대도시까지는 왕복 두시간. 결국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장판에 드러눕게 되는 .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필자의 몸뚱아리를 서울까지 운반해주고 있는 경기고속 적자주빛 버스.
(
그렇다고 아저씨가 매번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님.)

이쯤 되면 청송에서 서울 올라오기가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이해 가능할거라 생각한다. 청송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는 4시간 22 25 걸린다. 4시간 22 25초ㅡ3 요리를 88 조리할 있는 시간. 악명 높은 '왕의 귀환 확장판' 보고 나서도 7분이 남는 시간. 이쯤 되면 누구라도 시간을 단지 버스 안에서 허비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체 해야 시간을 그냥 버리지 않을까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필자가 내린 결론은, "그래, 책을 읽어보자!" 였다.


자녀가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독서를 시키는 것보다 고속버스를 태우는 나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달간 버스에서 책을 읽어본 결과, 얻은 것도 많았지만 울게 만든 일도 많았다. 노면의 고르지 못함과 버스의 흔들림은, 나로 하여금 목구멍 뒤쪽으로 점심 시간에 먹었던 라면 국물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던 것이다. 때때로 덥쳐오는 오바이트 기운에 굴복하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보다 강한 남자상에 스스로를 동일시하고 싶어했던 싶어했던 필자는 시라소니 앞에 무릎꿇을 밖에 없었던 김두한을 떠올리다가도, 김두한은 약해서 무릎꿇은 아니라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릎 꿇었던 거라고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끝에 필자는 드디어 '버스 안에서 책읽기' 있어서 단물은 빨아먹되, 쓴물은 뱉어낼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있게 것이다!

독자들이여. 말이 길었도다.
지금, 바로 자리에서,
비결을 여러분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 비급은 가치를 따질 없는 것이지. 너에게 10원에 팔도록 하마." - [쿵푸허슬] , 거지의 대사

 

고속버스에서 책을 읽기 위한 준비물은 일단 다음과 같다.

1. 제대로 주고 시외버스 티켓
2.
도서관 대출 기한이 지나지 않은
3.
좌석에 앉아 한권 무게 정도는 버틸 있는 팔의
4.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검정 비닐 봉투

여기까지는 이른바 '개체' 차원의 준비라고 있다. 하지만 개체는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환경이 적절하지 못할 자연도태되지 않겠는가? 여기서 환경은 버스 버스가 다니는 장소, 시간 그리고 버스와 사이의 역학관계 등을 통칭하는 것이라고 있다. 개체 차원의 준비는 간단한 반면 환경 차원이 준비는 비교적 복잡한 , 필자는 분석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사용했던 네가지 계기 (성질, , 관계, 양태) 범주 개념을 빌려 설명을 진행하고자 한다. (, 여기서 필자는 칸트의 4가지 계기를 본래 뜻과는 전혀 다른 뜻으로 변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해하고 양해해주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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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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