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자화상을 그린다 하면 자신의 얼굴의 재현물을 그리기 마련이다. 나의 실재를 담기 위해 나의 거울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의 얼굴에 도달한 빛이 한 차례 거울에 가 닿고, 다시 거울에서 반사된 빛이 그림으로 옮겨지는 식의 이중의 반사 과정이 관여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의 실재함이 꼭 나의 거울상으로서만 표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가령 나는 나의 시선이 바라보는 세계, 나의 시선이 구성하고 있는 세계 그 자체를 캔버스 위해 그려냄으로써 나의 자화상을 구성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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