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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유비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3. 19.

우리는 '유비'를 조금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인간이 유비를 사용해 세계를 재현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은 개의 얼굴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들의 두뇌를 떠올리곤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유비를 하나의 이해의 틀로서 간주한다는 것을 넘어, 유비를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강조되고 있지 않다. 인간이 유비에 입각해 세계에 적응해 간다는 사실 자체는 그들이 유비에 입각해 세계를 이해하고 재현한다는 것을 분석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우리는 나무 껍질의 패턴에 자신의 몸 색깔을 맞추어가는 나방처럼, 언제나 우리 주변의 사물들의 결에 맡게 자신의 색깔을 바꾸고 모양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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