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클라인은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어떤 공격적 충동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가령 아기들은 엄마의 몸을 보며, 엄마의 몸 안에는 사악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에 모두 파괴해 없애버려야 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클라인의 공헌은 오이디푸스 이전 시기에 존재하는 원시적 수준의 공격성과, 그로부터 유발되는 다양한 감정들, 가령 시기심, 죄책감, 감사함 등의 것들을 개념화했다는 것에 있다.
클라인은 프로이트가 분석한 바 있는 포르트-다 놀이(아이가 엄마의 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실패'를 던졌다가 도로 가져오는 행위를 반복했던 놀이)를 재해석하면서, 이것들이 그러한 원시적 충동들을 잠재움으로써 아동의 불안을 경감한다고 보았다.
이 장난감을 보면서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릴 때 벌레나 개구리를 뜯어보며 어떤 아동적인 수준의 공격성을 표출해보지 않았나. 지금 해보라고 하면 할 수도 없을만큼 잔인한 속성을 가졌던 것 같은데, 이 장난감은 그런 아동들의 욕구를 놀이화한, 어찌보면 상당히 싸이코다이나믹한 장난감이 아닌가 싶다.
엄마의 몸을 뜯어보고, 해부하고, 그 안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죄다 파괴하고 싶지만 현실에서 그럴 수 없으니 이런 대체제라도 파괴해볼 수 있는 거 아니겠나.
'[Verleugnung]의 글 > 별 걸 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비 종교와 최면 (0) | 2020.08.24 |
---|---|
더 배트맨 (0) | 2020.08.23 |
킥애스의 감동 (0) | 2020.08.21 |
시네도키 뉴욕 (0) | 2020.08.15 |
데어 윌 비 블러드 (0) | 2020.08.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