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모카 골드의 다양한 기능
커피는 쓰다. 너무 써서 당최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진정 커피를 즐기는 이들은 커피의 그 쓴 맛을 즐긴다. 인생의 쓴 맛을 아는 중년이 돼서야 나는 커피의 참 맛을 알게 될 것인가. 하지만 커피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커피를 대할 자격 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내게도 커피를 입에 댈 권리는 있다. 커피의 순기능이 쓴 맛에 있다면 그것의 부기능은 각성효과에 있다. 순기능에 관심이 없는 필자는 주로 부기능에 의지해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성효과에만 관심이 있는 필자로서는, 향 좋은 커피보다는 실용성 높은 커피를 찾게 된다.
맛깔나게 수트를 차려입은 송중기가 "선배, 손 줘봐요" 라며 윤상현에게 한줌의 커피알을 건넨다. 후로게이 냄새 풀풀나는 야오이 씬에 숱한 여성들이 아랫도리를 적셨을 터. 하지만 누가 뭐래도 맥심은 여전히 맥심이다. 그것은 카누가 아니다. 확실히 맥심은 아직 대중에게 '보급형' 커피로 자리매김해 있다. 카누가 Yale town의 버거라면, 맥심은 빅맥이다. (Yale town은 신촌 대학약국 옆에 위치한 햄버거 집이다. 버거 맛을 좀 안다 싶은 사람은 꼭 가보길 바란다)
필자는 햄버거의 풍미에 관해 일가견이 있어 종종 Yale town의 버거를 찾곤 한다. 빅맥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그곳에 있다. Yale town은 필자에게 환상의 섬 좆도다. 하지만 커피에 관해서는 '견'이라 이름붙이기도 민망할만큼 조또 가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뭐하러 내가 거금을 들여 카누 같은 고급형 커피를 처마신단 말인가? 되도록이면 저렴한 가격에, 최대한 잠을 쫓을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맥심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잠을 쫓기 위해 시도해 본 각성 물질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박카스
2. 핫식스 (레드불이 Yale town이라면 핫식스는 빅맥이다. 고로 가난한 나는 이 때도 핫식스만 먹었다.)
3. 옆 집 소아과 형님이 주신 과라냐 분말액
4. 맥심 모카 골드
박카스의 경우, 일단 오줌 색깔이 너무 노랗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노란 오줌이 꼭 어떤 병리적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치만 노래도 너무 노랗다. 찝찝한 기분을 버릴 수 가 없다. 그래서 패스.
핫식스의 경우, 여전히 오줌이 노랗게 나온다. 그치만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팔지만 핫식스는 편의점에서도 팔지 않는가! 별 문제 없겠지! 라고 자위하며 복용을 유지했었더랬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용량이다. 이건 박카스의 경우도 동일한데, 이런 종류의 음료들은 너무 쪼금씩만 나눠서 판다는 게 문제다. 1.5리터 페트로 팔면 싼 가격에 대량으로 구입해서 틈날 때 마다 찔끔찔끔 마실텐데, 이놈의 것들은 소량으로만 팔다 보니까 돈도 많이 나가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괜히 기분상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패스.
과라냐 분말액은!!! 딱 이름만 봐도 뭔가 효과적일 것 같지 않은가?!! 그치만 별 효과 못봤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다. 옆방 형님은 장인어른이 허벌라이프 지부장쯤 된단다. 그쯤 되면 나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겠지. 그치만 난 안된다. 난 자산이 1억이니까. 마이너스로.
결국 내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은 맥심 모카 골드로 좁혀졌다. 이것 만큼 싼 값에 잠을 쫓을 순 없다! 편의점에 가면 리필봉투로 된 게 있는데, 용량이 워낙 커서 무슨 리필용 하이타이 같다. 무게도 비슷하다. 카누 같은 걸 커피믹스로 사서 성분분석을 해보면 질소가 약 40퍼센트 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맥심은 그딴거 없다. 그냥 양으로 승부하는 거다. 그걸 사갖고 와서는 유리병에 조금씩 채워가며 잠 올 때마다 홀짝홀짝 마시면 좋다.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원래 커피라는 게 위장에 안좋은 편인데, 빈 속에 먹었을 때도 큰 부작용은 느끼지 못했다. 발기부전도 없다. 탈모 증상도 없었다. 딱 한 가지 있다면, 다른 커피도 마찬가지지만, 옆사람이 후각에 둔감해야 한다는 것. 그치만 썩은내도 생각보다 심하진 않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코피루악을 먹으면 썩은내가 더 심할까? 나 같은 상거지는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커피를 마셔볼 수 있는걸까? ......
......
......
갑자기 창 밖을 지나가는 고양이 한마리가 눈에 띈다.
'[Verleugnung]의 글 > 별 걸 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뿜 리뷰] 투 페이스의 동전 던지기 (0) | 2014.01.28 |
---|---|
[영화] 위커맨 (1973) (0) | 2014.01.07 |
[별 걸 다 리뷰] 머리 – 투 블럭 컷 (3) | 2013.11.29 |
[별걸 다 리뷰] 영화 –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 | 2013.09.09 |
[별걸 다 매뉴얼] 고속버스에서 책 읽고 싶은 자들을 위한 매뉴얼 - 3 (4) | 2013.07.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