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네이버 뿜에서 한 기사를 발견했다.
다들 가끔 이런 경험 한번 쯤 있을거다. 아니 대체 바닥에 저런 돌들은 왜 박아놨을까. 뚫어져라 바닥을 보고 있자니 눈알이 모인다. 게다가 현기증까지 온다. 상당히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런 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배트맨> 시리즈의 일화가 그렇다.
배트맨 TAS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명작으로 손꼽힌다. TAS라니까 무슨 전문 용어인 것 같지만 사실 별거 없다. 'The Animated Series'의 줄임말이다. TAS의 에피소드 중 <Two Face>라는 것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투페이스라는 악당의 탄생 비화를 다루고 있다. 투페이스는 최근 영화 <다크 나이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투페이스는 원래 하비 덴트라는 이름의 검사였다. 그러던 중 사고로 한쪽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
사고 후, 하비 덴트는 모든 것을 잃는다. 사랑하는 이(TAS에서는 '그레이스'로 나온다) 를 잃고, 직업도 잃는다. 그리고 파멸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배트맨은 아직 하비 덴트가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는 끊임 없이 하비 덴트를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이미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그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정체성까지 잃게 된 하비. 이제 그의 내부에 사리분별을 가진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부에서 사라진 사리분별 능력과 판단력은 결국 그의 외부의 한 물질 안으로 응축되기에 이른다. 그것은 동전이다.
투페이스의 주 무기는 동전이다. 물론 동전으로 찌른다든가 동전을 던져서 맞춘다든가 이런 건 아니다. 그는 동전으로 심판을 내린다. 그것은 모든 법과 권위의 집결체다. 그리고 투페이스의 진가는 바로 여기서 발휘된다. 동전을 만지작 거리며 심리전을 펼치는 그의 앞에서, 인질은 극한의 공포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그 유명한 동전 씬을 떠올려 보라. (참고 : http://www.youtube.com/watch?v=OLCL6OYbSTw)
에피소드 <Two Face>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갱단의 두목 루퍼드 쏘온(Rupert Thonre)은 과거에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하비 덴트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그는 하비 덴트의 전 애인 그레이스를 인질 삼아, 덴트로부터 중요한 문서를 빼앗는다. 이제 문서도 얻었겠다, 더 이상 하비 덴트가 필요 없어진 쏘온은 그에게 총을 겨눈다. 그 때 배트맨이 들이닥쳐 쏘온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이제 전세가 역전된 터, 하비는 꽁꽁 묶여 있는 쏘온에 총을 겨눈다. 이 때 역시나 배트맨은 그 진부한 법의 심판이니 뭐니를 중얼거리며 하비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비가 외친다.
하비는 다시 한번 모든 심판권을 동전에 위임하기에 이른다. 배트맨으로써는 얼른 이것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우리의 정의로운 배트맨은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다. 물론 주먹질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비에겐 아직 신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주먹을 날리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배트맨은 아주 영리한 트릭을 생각해낸다.
이 장면은 후에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심지어 영화 시리즈 중 가장 최악으로 평가 받는 <배트맨 포에버>에서도 이 모티프가 차용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투 페이스가 죽는 걸로 나온다. 토미 리 존스가 분했던 투 페이스는, 무더기로 던져진 동전들 사이에서 정신을 못차리다가 결국 절벽으로 떨어져 악어의 먹이가 된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투페이스를 보면서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던 로빈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도 설마 배트맨이 악당을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을 터.
그래서 이 걸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공방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투페이스가 떨어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트릭을 쓴다는 건, 결국 의도적 살인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게 한 쪽의 의견이었다. 반면, 동전을 던진 것만 갖고 살인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 반대측의 의견이었다. 글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보려면 마이클 센델의 <정의론>을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 <배트맨 포에버>의 마지막 장면을 덧붙이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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