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68년 이후의 철학들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다양할 것이다. 내가 진료를 보는 데도 그것은 큰 영향을 미쳤다. 누구나 살다보면 세계의 사물들과 생명들을 바라보며 필연적인 것과 우연적인 것을 구분하기 마련이다. 고대에는 아름답고, 완전하며, 균형잡힌 것들만이 필연적인 것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그 영향은 상당히 오래 지속됐는데, 가령 생명과 의학의 관점에서는 혈당과 혈압이 조절되고, 병이 없으며,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연적인 것의 지위가 부여되곤 했다.
그러나 우연적인 것이 우연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데에는 명석판명하고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오히려 권력이 작용한다는 것, 그 권력에는 힘이라는 것이 깃들어 있다는 것, 힘과 권력과 배치가 작용한다는 것은 그것이 필연적이라기보다는 자의적인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 - 이런 사실들은 내가 우연적인 것을 오히려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결함있다고 간주된 자, 남성과 비교되는 여성, 동성애자, 성주체성의 혼돈, 광인이라 불리던 자는 더 이상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오히려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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