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욱 진지하고 생각이 많던 중학교 때의 나는, '왜 친구들은 각자가 다른 특성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궁금했었다. 물론 부모님의 영향, 경제사정, 기타등등 다양한 영향들이 한 사람의 특성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꼬꼬마 중딩이 나름 독자적으로 내린 결론은, '녀석들은 티비를 보기 때문에' 였다. 티비를 보면서 다양한 인물 성격과 행동들을 보게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역할들을 자신의 특성으로 흡수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관상쟁이는 아니지만, 옳든 그르든 어느정도는 상대의 인상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유추하고 대강의 분류를 해놓곤 한다. 재미없다/ 재미있다 , 따뜻하다/ 차갑다 등등.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얼굴들을 보지만 두 가지 분류로 나눠 볼 수 있었을 것이다.'거울로 보는 나 자신' 그리고 '타인'. 사춘기 시절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가져야하고 어떤 캐릭터가 어울리는지는, 바로 타인과 거울로 보는 자기 자신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때 사람들은 생긴대로 산다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티비에서 본 수많은 얼굴들을 보고서는 그 특성들을 무의식상에 저장해 두었다가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에 어울릴 법한 이미지들을 자신에게 붙인다고 생각했다. 특히 타인중에서도 티비속의 인물이 영향을 많이 준다고 생각한 이유는 당시 어릴적 그런 요소로서 잡아낼 수 있는 것들은 어떤 특정적이게 과장된 몸짓이어야 하고 인정받는 대상이어야 하는데, 사춘기 청소년기에 그러한 조건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티비속 인물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행위이면서도 한편 영원히 자신이 무엇이였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춘기 시절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정하기로 한 특성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경우는 없고, 그것을 앞서 말한 타인과 거울 속 자신의 비교를 통해 계속 수정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라깡은 거울단계를 통해 자아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의 역할과 자율성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정신분석을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렇게 거울단계가 상상계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이 욕망의 대상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언제나 완벽한 욕망의 충족을 꿈꾸는 것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특성을 라깡은 말장난을 통해 폼나게 한 마디로 정리하였다.
meconnaissance(오인)=me(나) + connaissance(알다): 나를 안다는 건 오인이다
'[수환]의 글 > 뭔 얘긴지 나도 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급자족 1차 정모 :: 스팀펑크 아트전 관람 그리고 타코 그리고 무슨 이야기가 오갔나 (1) | 2014.05.09 |
---|---|
송승헌의 눈물 연기를 연습하자 (2) | 2013.07.22 |
[리뷰] 유야사쿠야는 발가벗지 않았다 (3) | 2013.07.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