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샤워하고 와보니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여지없는 독촉전화 일 줄 알았는데 약간의 자기자랑 후에 이어진 소식은 역시나 이 홈페이지는 둘이 하게 될거 라는 말이였다. 원체 필력도 없고 일주일만에 대단한 글이 나올리 없는 내공이라 기한 내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뭐라도 쓰긴 써야겠다.
요즘같은 흉흉한 시기에 야동에 관한 얘길한다는 것은, 나는 잠재적 범죄자라 선언하거나 최소 자산이 2천만원 정도는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는 극히 미미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동네 후미진 벽에 sex를 써놓는 것보다 못한 것이라 보여지는 바, 이런 뻘글을 쓰는 것이 위험하진 않아보인다. 하튼 홈페이지 주인은 내가 아니니까.
<ABS-127>
AV는 보통의 유출작과 사뭇 다른 씁쓸함이 있다. 물론 현자타임이라는 마법의 시간에 홀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이겠지만, 이것은 흡사 노동자의 작업물을 본 것만 같은 수고스런 느낌을 지워 버릴 수 없다. 유출작과 비교할 때, AV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정확하고 적절한 위치에 항상 카메라와 배우가 위치한다. 한 때 유출작들의 러프한 느낌을 내보려 국내 몇몇 지하의 영화사에서 <...몰래>등의 전형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으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의도한 장르와 다른 명확한 앵글과 화질은 에로물 마니아들마저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 미루어보아 분명 AV와 유출작의 차이는 '보여주고자 했느냐' '혼자 보고자 했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유출작의 리얼함에 손을 들어 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영상속 여성의 시선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종류의 영상 모두 여성들은 벗고 있지만 av 안에서의 유아의 시선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런 점은 특히 마지막 사정 후 장면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 이유의 대상이 실제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 배우가 아니라 모니터 밖에 우리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에 따라 유아의 몸은 단순히 파트너와 섹스하기 위한 몸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몸이 된다. 이에 따라 그녀의 소리나 표정 몸짓은 모두 포즈가 되고 이는 유럽유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시각과도 연결 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욕하는 수잔나>
이 그림에서의 수잔나가 행동하는 것과 유아가 행동하는 방식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두 여성 모두 거울(카메라)을 통해 자신이 비춰지고 있지만 그것은 벽 뒤 (모니터 밖)에서 게슴치레 보는 남성의 시선과 마찬가지이며, 실상 두 여성은 그러한 시선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교정'한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대상화시켜 그들이 보이지않는 외부의 시선에 맡긴다. 둘은 모두 나체이고 또 그러한 나체를 잘 드러나도록 그려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그래서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포즈들은 그 포즈 자체가 하나의 옷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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