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세 사람이 지난 주말에 만났다. 원래는 '라깡과 정신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으나 선불교 이야기와 한니발 이야기 및 그 밖에 여러가지 잡담들이 오갔으며, 이태원의 TG클럽 혹은 게이클럽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산적인 이야기도 오갔던 의미있는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약속은 1시에서 3시까지 미뤄졌고 실제로 다 모이게 된 것은 3시 20분 경이였다. 나는 2시경부터 나와서 스타벅스에서 미처 다 읽지 못한 라깡과 정신의학을 허겁지겁 읽었고 후에 강현우가 그 뒤로 정재윤이 도착했다.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서 빠르게 예술의 전당으로 들어갔다. 스팀펑크 전시회를 보고자 함이였는데 매표소 앞에서 할인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할인되는 것이 혹시 없냐며 안내직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세 사람 모두 스팀펑크전에 대한 기대가 기계들이 막 쿵짝쿵짝 거리는 소리들로 가득찬 기계화 된 전시장을 그렸으나 실상 그림이 7-80%를 차지해 적잖은 실망감을 표했다. 사견으로는 비디오 아트와 접목시키면 좀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면 스팀펑크가 아닌가? 내가 이해하기로는 스팀펑크라는 예술관념은 세상 모든 것들 (생각, 꿈, 인체, 건물)등을 모두 기계로 구현하여 그 아름다움과 삭막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 비디오아트와 접목시키면 더 재밌는 작품들이 나올 것 같다.
어찌보면 창피한 얘길지도 모르나 나는 기념품샵이 더 재밌었다. 특히 이 39,000원짜리 안경이 마음에 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써보고는 사지는 못했다. 엽서 2장을 5,000원에 구입하고 이미 팔릴 데로 팔려버린 이름과 이메일 주소 및 전화번호를 예술의 전당측에 적어주고 조그마한 뱃지를 받아왔다.
스팀펑크아트전을 기념하여 앞에서 몇차례의 촬영 끝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나 건졌다. 본 사진은 관람가인 우리 세 사람 역시 스팀펑크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기계화 되어버렸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나치게 기계화된 삶에 무언의 항의를 하는 작품은 개소리고 그냥 찍은 사진임.
다음 우리는 빠꼬로꼬라는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타코집을 찾았다. 특별히 오늘만 소혀 타코와 소 곱창 타코를 선보인다하여 찾아갔던 곳. 세명이서 약 5만원 정도의 타코와 부리또를 먹어치운 것 같다. 또띠아를 직접 옥수수로 만들어서 그런지 기존 도스타코스와 같은 유명 타코집과도 다른 또띠아의 질감을 보여줬다. 약간 젖은 종이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제야 솔직히 말하지만 전체적인 맛은 별로였다.
인스타에 올려야징 잇힝 #타코 #나 언제 다이어트?#살찌는 소리
그 뒤로 우리는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굳이 저 높은 언덕을 오르며 돌아갔다. 정재윤 위원이 봐둔 흑맥주 집이 있다고.
이 사진은 흑맥주집의 사진이 아니다. 정작 도착한 흑맥주집에는 힙스터 같은 한국인들과 백형 백누나들이 즐비했고 가격대가 높았으며 자리는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너무 시끄러워서 거기서 라깡 책을 펴고 얘기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 다시 언덕을 조금 올라 조그마한 Bar 같은 곳에 이르러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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