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그 장면에서 감동을 받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종종 그 이유를 '그 장면' 안에서 찾으려 하곤 한다. 그렇지만 사실 많은 경우 원인은 '그 장면'이 아니라 그 장면의 전조 장면들에, 혹은 그것과 연결된 앞뒤의 다른 장면들에, 더 나아가 그 영화 외부의 다른 영화 속 장면들에 있다. 가령 A가 B를 포옹하거나, C가 D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 포옹이나 구출이 특정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조건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 의미화와 앎들이 그 장면의 출현에 앞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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