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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188

사이비 종교와 최면 "한 때 최면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티비에 나와 전생을 탐색한답시고 연예인들에게 최면을 걸기도 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이 명령에 복종하는 이상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들은 레몬을 먹으며 달다고 이야기하거나, 바늘에 찔리고도 아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런 면들은 사이비 종교에서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신도들의 모습을 닮았다. 흔히들 최면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들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최면 감수성에는 여러가지가 영향을 미치지만, 주로 그 사람의 과거 경험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가령 누군가가 아버지에 대해 엄청난 권위의식을 느꼈고 그런 아버지 상에 대해 복종적인 무의식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했을 때, 치료자가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제공할 경.. 2020. 8. 24.
더 배트맨 # 2021년에 새로운 배트맨 영화가 나온단다. 이번 예고편을 보면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배트맨이 악당 조무래기들을 '잔혹하게 줘패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분명 '통제를 잃고 폭력을 휘두르는' 개인의 초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정신줄 약간 놓은 듯한' 폭력성은 분명 '조커'에서 나타나는 그것과 상당부분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시대적인 분위기인지, 현재 DC 쪽 컨셉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화가 나다 못해 정신 줄 살짝 놓은' 개인의 초상을 묘사하는 것이 유행이 된 것 같다. # 1989년, 팀버튼은 이런 브루스 웨인의 '어두운' 측면을 효과적으로 묘사해 찬사를 받았다. 팀버튼의 배트맨은 일종의 '신경증자'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그는 오이디푸스적 갈등의 최정점에서, 엄격.. 2020. 8. 23.
외계인 해부 장난감 멜라니 클라인은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어떤 공격적 충동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가령 아기들은 엄마의 몸을 보며, 엄마의 몸 안에는 사악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에 모두 파괴해 없애버려야 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클라인의 공헌은 오이디푸스 이전 시기에 존재하는 원시적 수준의 공격성과, 그로부터 유발되는 다양한 감정들, 가령 시기심, 죄책감, 감사함 등의 것들을 개념화했다는 것에 있다. 클라인은 프로이트가 분석한 바 있는 포르트-다 놀이(아이가 엄마의 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실패'를 던졌다가 도로 가져오는 행위를 반복했던 놀이)를 재해석하면서, 이것들이 그러한 원시적 충동들을 잠재움으로써 아동의 불안을 경감한다고 보았다. 이 장난감을 보면서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릴 때 벌레나.. 2020. 8. 21.
당신이 우울한 이유 요즘 우울증을 앓는 중년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은 부부싸움이 늘었다고, 자녀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무가치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도 한다. 여기까지는 본인 이야기다. 배우자와 자녀들은 그가 직장을 잃은 뒤부터 점차 우울해진 것 같다면서, 아마도 시작은 올해 3월부터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정신분석학의 분석 대상은 필연적으로 집단과 사회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당신은 월요일을 혐오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우울한 이유는 배우자 때문도, 자녀 때문도 아니고, 당신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때문도 아니다. 모든 것의 배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 여파로 인한 실직이, 노동자라는 당신의 계급의 불안정성이 있다. 파푸아뉴기.. 202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