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이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해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맺는 관계에만 적용되는 어떤 독특성이랄 것이 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 불안은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불안과는 다르다. 그것은 공황이 올까 두려운 예기불안도 아니고, 오이디푸스적인 거세공포도 아니다.
"혼자 있다는 느낌 때문에 불안해요"라고 아이들은 말한다. 낮 동안에는 친구나 선생님들과 모종의 상호작용을 하느라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지만, 밤이 되면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연결들이 소멸되는 밤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귀신이나 강도 때문에 밤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은 연결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품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단톡방에 들어가 안 읽은 사람 숫자를 줄여주고, SNS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본다는 것. 심지어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을 읽는 것도 감행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이 세계와 관계된다는 느낌을 강화하고 보증한다. 스마트폰이라는 사물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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