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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자해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4. 2.

사람들은 아이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해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맺는 관계에만 적용되는 어떤 독특성이랄 것이 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 불안은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불안과는 다르다. 그것은 공황이 올까 두려운 예기불안도 아니고, 오이디푸스적인 거세공포도 아니다.

 

"혼자 있다는 느낌 때문에 불안해요"라고 아이들은 말한다. 낮 동안에는 친구나 선생님들과 모종의 상호작용을 하느라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지만, 밤이 되면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연결들이 소멸되는 밤이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귀신이나 강도 때문에 밤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은 연결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품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단톡방에 들어가 안 읽은 사람 숫자를 줄여주고, SNS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본다는 것. 심지어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을 읽는 것도 감행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이 세계와 관계된다는 느낌을 강화하고 보증한다. 스마트폰이라는 사물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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