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만 쓰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소리같은 것이 있다. 이전에 잠깐 알았던 필리핀 출신의 친구가 말했다. 너희들은 가끔 뭔가를 강조할 때 크르륵 하는 듯한 가래 끓는 소리를 낸다고. 으음? 불어도 아닌 한국어에 그런 발음이 있단 말이야?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크다'라는 단어를 강조하거나 '한참', '아주' 같은 단어를 쓸 때 '크으으다', '하아아안참', '아아아아주'처럼 초반에 목청 긁는 소리를 내고 있었더랬다. 나에게는 발음이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았던 어떤 소리를, 발음과 발음의 사이에만 존재하던 그 무의미한 소리를 그 친구는 감별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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