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erleugnung]의 글/철학적 단상들

한국인들만 쓰는 표현

by 자급자족 프로닥숀 2021. 3. 30.

한국인들만 쓰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소리같은 것이 있다. 이전에 잠깐 알았던 필리핀 출신의 친구가 말했다. 너희들은 가끔 뭔가를 강조할 때 크르륵 하는 듯한 가래 끓는 소리를 낸다고. 으음? 불어도 아닌 한국어에 그런 발음이 있단 말이야?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크다'라는 단어를 강조하거나 '한참', '아주' 같은 단어를 쓸 때 '크으으다', '하아아안참', '아아아아주'처럼 초반에 목청 긁는 소리를 내고 있었더랬다. 나에게는 발음이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았던 어떤 소리를, 발음과 발음의 사이에만 존재하던 그 무의미한 소리를 그 친구는 감별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