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빠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서빙 담당이었는데, 배가 고플 때면 주방에 들어가 남은 음식을 먹는 추태를 부리곤 했었다. 당시 주방에서 일하던 형은 나를 보면 "원래 백스테이지(주방 안쪽)에는 절대 들어오는 게 아니야"라며,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신성시하곤 했다.
실제로 백스테이지라는 곳에는 어떤 신성함과 신비함이 깃들어 있다. 맥도날드에서 실제로 햄버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나면 먹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장막 너머의 어딘가에서는 항상 어떤 일이 발생하며, 우리는 그 발생의 결과물만을 본다. 장막 너머는 환상의 공간이고, 완결된 공간이며, 오류가 없는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백스테이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일은 상당히 실망스럽곤 했다. 살다보니 어디에나 백스테이지랄 것이 있었다. 인턴을 돌 때 수술방이란 곳이 그랬고, 레지던트 생활을 할 때 의국이란 곳이 그랬다. 철학을 공부할 때는 아마도 평소 존경했던 교수님의 방이 그런 역할을 했던 것도 같다.
수술이라는 과정은 생각보다 불완전했고, 어떤 면에서는 무식해보이기도 했다. 그런 처리(?) 과정을 겪고 나서 제 스스로 회복하는 인간 신체의 능력이 더 신성해보일 정도였다. 정신분석을 하는 분석가라고 해서 어떤 환상적 완결성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이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잔다는 것이 새삼 실망스러웠던 것도 같다.
백스테이지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 세계가 매끄럽고 완결된 곳이라기보다는 끊어져있고, 불완전하며, 모순적이고 자가당착적인 곳이라는 것을 느낀다. 왜 이토록 세계는 불완전하단 말인가. 게다가 가끔은 백스테이지를 은폐하고 세상을 속여먹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같은 역할을 해야할 때도 있단 말이다! 가끔은 그곳의 맨얼굴을 보지 않았던, '안 본 눈이 있던' 시기가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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