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래를 틀어놓고 운전을 하고 가다가 터널에 진입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터널 안 자동차들이 내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려 내가 듣던 노래소리가 파묻혀버렸고, 희미하게 들렸다 말았다 하는 다소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 어딘가 귀찮아 음량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노래는 듣고는 싶어 귀를 기울여 듣게 됐는데, 노래의 아주 미미한 부분 부분들만이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서 완전한 노래가 재생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평소 큰 소리를 음악을 듣고 있을 때도, 사실은 수동적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머리 속에서 어떤 능동적인 재생을 진행시키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소리를 듣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나의 머리가 노래를 재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은폐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진정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경험은 이런 능동적인 파트에 의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익숙한 노래를 듣는 경험이 새로운 노래를 듣는 경험과 다른 쾌감을 주는 이유도 이런 면에서 연유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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