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을 하던 소년 A는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있다. 여기서 치료자는 두 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이라는 사물을, 그 대상을 다른 어떤 것의 '치환'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가령 스마트폰은 확장된 자기(self)의 일부일 수도 있고, 아버지라는 내적 대상을 사물에 치환한 것일 수도 있다. 둘째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매개'로 삼아 그러한 매개의 배경에서 작동하는 인간관계의 역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가령 치료자는 스마트폰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년과 어머니의 갈등 속에서, 소년과 아버지의 갈등으로까지, 그리고 나아가 오이디푸스적인 갈등이라는 무의식의 테마로까지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떤 곳에서도 스마트폰이라는 사물 자체의 존재성 자체에 다다르지 못한다. 치환도 아니고, 매개도 아닌 사물 그 자체가 분명 거기에 놓여있으나, 치료자는 그런 사물을 단지 보조적 요소로만 다룰 뿐이다. 소년과 스마트폰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부수적인 것으로서, 언제나 변두리적인 것으로만 물러서 버린다. 새로운 철학은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전면으로 가져오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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